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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 LA에서 교민들을 따라 피크닉을 간 적이 있다.
점심은 한국인들의 단골 소풍메뉴인 상추쌈과 불고기.
그런데 불고기를 굽는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 일행을 에워싸는 것이다.
뭔가 금지된 행동을 한 게 아닐까싶어 내심 당황했는데 같이 간 교민들은 자주있는 일이라며 태연해 했다.
알고 보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좋은 냄새의 정체가 궁금해서 모여든 것.
개중에는 비위좋게 좀 먹어보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식인심 좋기로 유명한 한국인들인지라 모두에게 시식을 시켜줬다.
불고기 맛을 본 외국인들의 공통점은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인데 결코 과장된 표현같아 보이진 않았다.
우리나라 음식중에서 세계에 내세울만한 것을 꼽는다면 단연 불고기이다.
김치도 있지만 불고기와는 비교가 안된다.
미국에서 김치찌개를 끓여보면 안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서 살면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항의 차원이 아니라 고발을 당한다.
외국인들에게 김치는 특이한 음식일 뿐이다.
고기와 간장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이끌어낸 불고기의 보편적인 매력에는 아무래도 미치지 못한다.
맛좋고 이름난 불고기집들을 알아본다.
<>서초사리원(서초동.02-3474-5005)=와인을 곁들여 불고기를 먹는집으로 알려져 있어 퓨전성향의 현대적인 음식점일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전통에 충실한 집이다.
사리원출신 할머니가 만든 매뉴얼에 따라 불고기와 냉면을 만들기 3대째,지금은 손자가 이어받았다.
불고기는 2종류다.
옛날에 먹던 맛 그대로인 육수불고기와 얇게 썬 생등심을 배즙과 마늘즙만으로 버무려 굽는 사리원불고기가 있다.
십여 가지 과일과 야채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는 사리원불고기는 가전(家傳)의 비법에 따라 만드는 특별요리이다.
당뇨로 고생하던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가 무(無)설탕 무(無)간장으로 만들어주던 음식이 사리원불고기라는 이름으로 메뉴화되었다.
이 집은 불고기가 전문이지만 냉면맛도 좋다.
한입 먹어보면 면발에서 좋은 메밀임이 느껴진다.
국내산 통메밀을 1년치씩 사놓고 그때그때 메밀을 빻아서 쓰는 게 1대때부터 내려오는 이 집의 냉면 노하우다.
사리원 도곡점(02-573-2202)도 있다.
<>한일관(종각사거리.02-732-3735)=종합한식당인 이 집은 불고기를 1인분을 시켜도 조그만 철판에 구워다 준다는점 외에는 그다지 크게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불고기집이다.
그렇지만 이 집에서 불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차원을 넘어 불고기의 역사도 함께 맛본다는 의미도 있다.
서울에서 자란 사람치고 한일관에 한번쯤 안 가본 사람은 드물다.
1939년에 개업했으니 벌써 60년이 넘었다.
지금 주인은 3대째.
고객도 3,4대로 이어진다.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때 따라와서 불고기를 얻어먹었던 어린이가 이제는 가장이 되어 가족들을 데리고 종종 방문하기도 한다.
가격도 불고기 1인분 1백80g에 1만3천원이니 합리적인 수준이다.
<>우래옥(대치동.02-561-6121)=불고기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집이다.
을지로 4가에 있는 본점(02-2265-0151)은 50년을 넘었으니 이쯤 되면 불고기 맛의 노하우를 나름대로 완벽하게 갖춘 집이라고 봐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고객의 입에 맞춰왔으니 입에 넣는 순간 녹아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정신없이 먹다보면 1인당 2인분씩은 거뜬하게 해치운다.
1인분에 2만2천원이니 전통의 대가는 그다지 싸지 않다.
그렇지만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 집 냉면은 꼭 먹어보길 권한다.
부드러운 면발과 고소하고 깊은 맛의 육수는 음미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찾아라!맛있는 TV" 책임PD (choijs@mbc.co.kr)
입력시간 04/11 15:28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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